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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경  《Blue Rhapsody : 관계의 초상》 
2025. 12. 17 - 12. 30

‘Blue Rhapsody(블루랩소디)’는 오래 전 만들었던 주전자와 그것을 매개로 오랜 시간 속에서 혼재하였던 관계들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단선적이지 않은 관계와 그 안에서 발생했던 서사들— 수년간 연속된 상실(죽음, 이별, 상처)과 잉여(剩餘) 같은 비대칭적인 감정들이 빚어낸 현실—에 대한 나의 추념(追念)'과도 같은 작업이다. 관계 속 일련의 사건과 붙들렸던 감정들로부터 체거름된 조각들인 셈이다. 

작업의 단서는 주전자의 구조를 관계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구조적 변용을 시도했던 전작 <수식하는  주전자>에서 기인한다. 주전자는 무언가를 따르고 전하는, 목적을 위해 각 부분이 야무지게 계산 되어 결합된 능동적인 역할을 하는 기물이다. 반면 와인잔은 무언가를 받기 위한 수용적인 우아함과 긴장감을 지닌 수동적인 기물이다. 기물이라는 형식의 범주 안에서 각기 다른 성향의 두 개체가 합하여 또다른 개체로 생성된다. 모와 순(矛와盾)이 한 곳에서 만나, 그저 다른 것들이 모여 또 다른 것이 되었다.                                                                               

완벽해지기 보다는 그저 다른 것이 되는 것.

 

길고 곧은 받침이자 손잡이는 구조 간의 미세한 차이의 범주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구조 간의 방향과 무게를 가늠하여 형태의 가능성을 추측 하지만, 가마를 여는 순간 마주하는 것은 ‘예상과 다름’ 이라는 현실이다. 계획과 실제 사이의 간극, 더 이상 개입할 수 없는 영역—가마안의 환경과 미세한 틈, 그리고 우연이 개입하는 막연함까지—그 모든 작업 과정들은 때로는 변함없이 정확하거나 때로는 예측과 장담이 무색해지는 삶과도 닮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들이 넘어져 부러지거나 깨져버리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정장치를 마련하는 것뿐이다. 불의 흐름을 조정하고, 거리를 두고, 부목을 대어주는 일 같은..             

시간이 흘러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가마 안에서는, 노심초사 했던 나의 애씀도 무색하게, 그들은 그들만의 춤을 춘다. 고개를 숙이거나 뒤로 젖히기도 하고, 뻣뻣하게, 어색하게, 술에 취한듯 흔들거리면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나름대로의 균형과 리듬을 만들어 낸다. 

 

‘Blue Rhapsody’는 그렇게 태어난 관계의 초상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번듯하게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다른 것들이 모여 또 다른 것이 되고 계속되어 나아감을  보여주는,                         

그들만의 시간이고 기록일 따름이다.
오선경 juju-cat@hanmail.net 

 · 전시일시 : 2025년 11월 29(토) ~ 12월 12(금)

 · 전시장소 : 그린갤러리 (대전 유성구 노은로 151, 가나파로스빌II 2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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